
무제
뷐뷐부엌
[질문] 햄스터를 주웠습니다.
길 가다가 햄스터를 주웠습니다. 갈 데도 없는 것 같고 키우고 싶어 데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햄스터 키우기는 처음입니다.
햄스터를 키울 때 유용한 정보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란지에는 익명게시판에다 질문을 하나 올리곤 휴우, 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작은 햄스터를 바라보았다.
햄스터를 키우겠다는 결정은 다소 즉흥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다른 햄스터라면 가로수 밑에 쭉 뻗어 있어도 그냥 두거나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든 것은 햄스터의 털색 때문이었다. 햄스터의 털색은 검푸른 색으로, 자신이 아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히 윤기 있는 털들이 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릴 때마다 밤하늘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였다.
작디작은 햄스터를 하염없이 보고 있을 때 컴퓨터의 알림이 울렸다.
└ 길에 있는 햄스터 누구 주인 있는 것 아님?
란지에가 생각하기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주인이 있는 햄스터가 길거리에 떨어져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설령 있다 해도, 그 주인은 애완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무책임한 인간이 되는 것이기에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란지에는 이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해 답했다.
└ 햄스터를 가로수 밑에 놔두고 가는 무책임한 주인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곧이어 다른 댓글이 달렸다.
└ 햄스터는 잘게 간 고기나 우유를 줘도 잘 먹고요, 오이나 당근 같은 채소를 줘도 잘 먹어요. 그러나 토마토나 돼지고기는 주시면 안돼요.
유용한 정보였다. 란지에는 그 댓글을 차근차근 여러 번 읽어보고 나서 햄스터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냉장고에 무엇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이나 샐러드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양파나 며칠 전에 티치엘이 잘 좀 챙겨먹으라고 준 호밀빵이 선반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란지에는 주로 편의점에서 사 먹거나 안 먹는 타입이라 냉장고에 있는 것은 그 것 뿐이었다. 샐러드에는 드레싱이 뿌려져 있으니 주면 안 될 것 같고…. 란지에는 답글을 달았다.
└ 양파나 호밀빵을 먹여도 됩니까?
└ 호밀빵은 되는데, 양파는 안돼요.
그렇군, 이라고 작게 중얼거린 란지에는 앞으로 냉장고에 채소들을 많이 구비해 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란지에가 답글을 달고 확인하는 사이 두 개의 댓글이 더 달렸다. 란지에는 새로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다.
└ 내 친구가 햄스터인데 걘 해바라기씨 잘 먹던데
친구가 햄스터라고? 혹시 수인 친구를 두고 있는 건가?
인간은 두 종류로 나눈다. 인과 수인으로. 수인은 동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몇몇 사람들은 수인을 동물로 분류하자고 극성이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인을 인간에 포함시킨다. 물론 수인을 대하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게 대다수지만.
란지에가 보는 수인이란, 그냥 자신과 다른 종족일 뿐이다. 부정적이지도 않고 긍정적이지도 않은 시선으로 수인을 대하고 있었다. 어쩌다 수인을 만나게 되면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대할 뿐이지 차별의 시선을 두진 않는다.
그러는 이유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중에 수인을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란지에처럼 수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도 꽤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 세상에는 인이 7할, 수인이 3할 정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로 만나지 못했거나. 둘째, 수인이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위해 수인인 걸 숨겨서이거나.
하지만 수인이 수화(동물로 변하는 현상)를 막을 수 있을까? 본능일터인데, 영원히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 수인이 먹는 음식을 동물에게 줘도 됩니까?
└ ㅇㅇ ㄱㄴ
해바라기 씨라…. 란지에는 머릿속 장보기 목록에 해바라기씨도 추가했다.
란지에가 그렇게 생각할 동안 수인 친구를 둔 사람이 단 댓글에는 욕설이 섞인 답글이 여럿 달려왔다. 수인 친구를 두냐 아싸냐, 개병신 같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란지에는 괜히 심기가 나빠져 답글을 글쓴이의 권한으로 삭제했다.
그는 곧 다음 댓글로 관심을 돌렸다.
└ 햄스터 수명은 3년이라던데.
란지에는 순간 흠칫해서 햄스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조막만한 배가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 햄스터가 몇 년 동안 살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 살아와서 내일 픽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쩌면 파렴치한 주인이 햄스터가 죽을 때가 되어서 유기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란지에는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이 햄스터의 수명 따윈 알고 싶지 않았다. 죽을 때였으면 진즉에 숨이 붙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또 새로운 댓글이 달렸다.
└ 햄찌 절대 씻기지 마세여. 그냥 집 청소만 깨끗이 해주면 되여. 게다가 귀에 물 들어가면 생명에 큰 지장 있어여.
햄찌가 무슨 뜻이지? 란지에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햄스터이라는 뜻이구나 하며 이해했다. 그리고 목욕은 절대로 시키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로 댓글을 여러 개 달렸다. 이상한 광고 같은 댓글도 있었지만 유용한 정보를 주는 댓글이 더 많았다. 란지에는 댓글들을 하나하나씩 꼼꼼히 읽어본 다음에 해바라기 씨를 사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걸로는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토독-
조용한 집 안에 울리는 작은 소리에 란지에는 책상 쪽을 바라보았다. 햄스터가 눈을 살포시 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굉장히 놀랐는지 그대로 굳은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놀란 만도 했다. 일어났는데 낯선 곳에 와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그러나 란지에도 굳었긴 마찬가지였다. 햄스터는 예민한 동물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수명이 깎인다고 했는데, 자신이 다가가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닐까?
굳었던 햄스터는 이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가 책상 끄트머리에서 또다시 멈추었다. 아무래도 책상의 높이가 꽤 되다 보니까 섣불리 뛰어내릴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란지에는 임시용으로 작은 박스를 하나 들고 왔다. 그리고는 박스 입구가 옆으로 가게 세워 놓고는 햄스터 쪽으로 천천히 밀었다. 그리고는 후다닥 현관문을 밀고 나갔다. 창문도 다 닫아 놓았으니 나갈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재빨리 해바라기 씨만 사오면 될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해바라기 씨를 파나? 팔겠지?
그러나 란지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편의점에서 해바라기 씨 한 봉지를 사서 들고 왔는데, 그 어디에도 햄스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혹시 구석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책상 구석이나 침대 밑이나 장롱 뒤쪽 등 온 집안을 샅샅이 훑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자신이 찾지 않은 곳에 숨어 있을까 싶어 접시 위에 해바라기 씨 몇 알을 올려놓고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웠다.
그래도 잠에 들고 아침이 되어 깨어날 때까지, 햄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접시에 놓인 해바라기 씨의 수도 바뀌지 않았다.
란지에는 착잡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외출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예정된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퍼런 토끼, 오늘은 옷은 화사하면서 얼굴은 왜 이렇게 죽상이냐? 맨날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자외선이 부족하더냐?”
막시민이 피식 웃으며 이죽거렸다. 루시안이나 조슈아도 걱정 반 신기함 반의 눈빛으로 란지에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신기함은 란지에가 답지 않게 무채색 계열의 옷 대신 노란색 밝은 옷을 입고 왔다는 것이었다. 루시안이 예전에 사준 옷이었다. 란지에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 밝은 옷을 입은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애용하던 검은색 옷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이 옷을 입고 온 것이었다. 다른 옷은 다 건조대에 널려 있어 다 마르지 않은 참이었다.
란지에는 자신이 그렇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나 싶어 핸드폰 카메라로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조금 수척해 보이는 것일 뿐, 딱히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맞아, 란지에! 어디 아파? 잠을 못 잤어?”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어젯밤 집 안을 좀 뒤집어엎느라.”
“대청소 한 거야?”
“아니, 햄스터를 찾느라.”
쿨럭쿨럭-
그러자 갑자기 보리스가 기침을 토해 내었다. 기침을 손으로 막으며 보리스는 잠시 사례가 걸렸다고 신경 쓰지 말라 말했다. 란지에는 보리스의 기침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
“어제 길거리에서 햄스터를 주웠는데, 잠시 밖에 나갔다 오니까 사라졌더라고. 혹시 숨어 있을까 하고 집 안을 온통 헤집어 봤는데, 없더라.”
“참나, 어제부터 햄스터 파티구만. 누가 햄스터를 대량으로 갖다가 길거리에 뿌리기라도 했냐? 여기도 햄스터 주웠다, 저기도 햄스터 주웠다….”
“여기도 햄스터 주웠다, 라니? 누가 또 햄스터 주웠어?”
루시안이 묻자 막시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어제 보니까 누가 인터넷에 햄스터 주웠다면서 키우는 방법 물어보던데? 그래서 답했지. 해바라기 씨 먹여보라고.”
그 말을 들은 란지에는 순간 멈칫했다. 어제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댓글 중에서 해바라기 씨 운운하던 댓글은 딱 하나 뿐이었다. 수인 친구를 뒀다던 사람.
하지만 막시민은 수인 친구를 두고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막시민, 혹시 네가 답한 글. 익명게시판에 올린 질문글이었어?”
“엉, 퍼런 토끼 네가 어떻게 알았냐. 너도 그 글 봤냐? 그런데 내가 댓글 다니까 수인 욕하는 답글이 오만가지 달렸더라. 글쓴이가 그런 댓 다 삭제하긴 했지만.”
“뭐야, 막군. 수인 얘기 한 거야?”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수인 차별하는 그 놈들이 글러 먹은 거지.”
확실해졌다. 어제 수인 친구를 둔 댓글 작성자는 막시민이다. 란지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햄스터 수인이 친구라고 한 사람이 너야, 막시민? 너한테 수인 친구가 있었어?”
“엥? 너 누가 수인인지 모르냐?”
“누군…데?”
“숯가마가 햄스터 수인이잖냐!”
란지에는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교류도 어쩌다 한 번씩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리스가 햄스터 수인이라는 걸 모를 정도는 아니었는데.
란지에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보리스가 햄스터 수인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보리스가 루시안에게 가르쳐줬고, 루시안은 조슈아와 막시민에게, 막시민은 티치엘에게 가르쳐 줬다. 그러나 란지에만이 그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루시안이 당연히 란지에에게 알려줬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시안도 조슈아가 란지에에게 알려줬겠지? 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란지에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되었다.
“몰랐어….”
“병아리 자식이 안 가르쳐 주든?”
“난 조슈아가 알려줬을 거라 생각했단 말이야!”
“병아리 넌 항상 떠벌거리니까 네가 알려줬겠구나 싶었지!”
란지에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서 멍청하게 서 있었다. 자신이 보아왔던 사람이 사실은 수인이었다고? 게다가 작디작은 햄스터 수인이라는 것이 더욱 믿어지지가 않았다. 안 어울렸기 때문이랄까….
보리스는 그때까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선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루시안이 외쳤다.
“그럼 란지에는 보리스가 수화한 모습 한 번도 본 적이 없겠네? 완전 쪼그맸는데! 게다가 털 색깔도 보리스 머리색이랑 비슷했어!”
“루시안….”
그만 얘기하라는 듯 보리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루시안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나 루시안은 계속 보리스가 수화한 모습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그 얘기를 듣는 대상자인 란지에도 혼란스러운 생각에 빠져 있기에 루시안의 얘기를 흘려듣기만 하였다.
가장 혼란스럽게 한 말은 털색이었다. 루시안은 보리스의 털색이 그의 머리색과 비슷하다고 했다. 어제 그 햄스터도 보리스의 머리색을 떠올리고 데려온 것이었다. 어쩌면 그 햄스터는 보리스가 아니었을까?
“보리스, 너 어제 낮부터 어디에 있었어?”
“어, 어? 피곤해서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크게 당황해하며 대답한 보리스였다. 저 말이 거짓일 수도 있었다.
“그럼 이 자리에서 수화해봐, 당장.”
란지에는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꽤 당황한 듯 싶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였고, 여기서 수화하기도 좀 그랬다.
“그건 좀….”
보리스가 곤란하다는 반응을 내보이자 란지에도 다른 방법을 고수하기로 했다. 수인이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되돌이켜 생각해봐도 자신이 방금 한 발언은 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럼 티치엘, 보리스가 수화한 모습을 찍어둔 사진이 있어?”
평소 사진을 많이 찍는 티치엘이라면 필시 한 장쯤은 가지고 있으리라. 티치엘은 잠시 핸드폰 갤러리를 뒤적거리더니 탄성을 지으며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보리스가 당황해하며 제지할 틈도 없이 란지에는 빠르게 사진을 보았다.
똑같았다.
사진에 있는 작은 햄스터가, 자신이 어제 주워온 햄스터와 완전히 일치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줘.’
‘… 그 날, 네가 주워왔던 햄스터는 내가 맞아.’
‘왜 말 안 했어?’
‘란지에, 너…. 수인 싫어하잖아.’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란지에는 수인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둘 뿐이지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생각이고, 남들이 보기엔 다른 걸까?
어쨌든 보리스에게 왜 말 안 했냐 추궁했던 때는 흐지부지 대화가 마무리 되었다. 도망치듯이 가버린 보리스를 붙잡지도 못했다. 다음에 만나면 꼭 오해를 풀어 주리라 란지에는 두 번, 세 번 다짐했다.
여름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이 5월 말부터 찾아오고 있었다. 아직 정수리만 데우는 후끈한 초여름이었지만 곧 곰팡이가 쉬이 지는 눅눅한 한여름이 찾아오리라. 하지만 이맘때쯤 되면 보리스의 생일이 찾아온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마 해바라기 씨가 좋으려나?
“푸흡.”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웃겨서 란지에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사이의 오해는 풀었다. 란지에는 거듭해서 자신은 수인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리스도 란지에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넸다. 둘 사이의 사소한 트러블은 그렇게 물러가는 듯 싶었다.
“곧 있으면 막군 생일인데, 뭘 하면 좋을지 골라줘! 첫 번째는 와인으로 폭포를 만들기, 두 번째는 고급 와인들을 모아놓고 막시민한테 어떤 브랜드의 술인지 맞히게 하기, 세 번째는 우리의 우정과 사랑을 듬뿍 담아 와인 병으로 생일빵 때리기!”
“마지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 같은데?”
루시안이 갸웃거리면서 묻자 조슈아가 짓궂게 웃었다.
“그게 생일빵의 묘미지! 자, 어떤 걸 할까? 아니면 세 가지 다 종합해서 할까?”
막시민의 생일이 일주일 남은 날이었다. 조슈아는 막시민을 제외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어떤 축하를 해줄지 계획을 읊어주기 시작했다. 란지에의 생각으로는 셋 다 선물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한 유흥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를 택하면 적어도 막시민이 와인을 목구멍에 쏟아 부을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는….
“응! 그냥 다 하자. 와인은 내가 가득히 준비해 놓을게!”
란지에는 왠지 막시민에게 애도를 표해야 할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그랬다.
“흐에에, 막구운, 생이일 축하해애….”
조슈아는 막시민의 생일 막바지에 고주망태가 되어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렸다. 제아무리 데모닉이라지만 어릴 적부터 알코올을 단련한 막시민의 주량은 따라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루시안은 막시민을 따라 무리하게 퍼마시다가 곯아 떨어졌다. 저러다 내일 아침에 변기를 붙잡고 과음의 결과를 토해낼 것이다. 음, 해장국이라도 끓여야 하나.
티치엘도 취한 듯 껌뻑껌뻑 졸고 있었고, 란지에 자신도 많이 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시야가 홱까닥하며 돌아가기 일쑤였다. 한 마디로 식탁 위에서 제정신으로 남아 와인을 들이키고 있는 사람은 막시민과 보리스 뿐이었다.
“숯가마, 취할 것 같냐?”
“아니.”
“역시 괴물 같은 자식이야….”
그렇게 와인이 몇 순배 돌아가고 시간이 자정을 넘어갔을 때쯤, 보리스는 시계를 흘끗 보며 말했다.
“시간이 늦었는데. 이제 돌아가야 하지 않아?”
이젠 상당히 취한 막시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도 그럴게, 막시민은 조슈아가 와인으로 폭포를 만들었을 때부터 상당히 마셔댔기 때문이다. 그가 마신 와인 양을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그의 주량은 보리스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루시안, 집에 가야지. 일어나.”
보리스가 루시안의 어깨를 잡고 흔듦에도 그는 깊게 잠든 상태였다. 막시민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병아리 집도 어차피 코앞인데, 냅두고 가라. 내일 아침 되면 알아서 기어가겠지.”
보리스는 망설이다가 곧 막시민의 말에 수긍했다.
“란지에, 집에 들어가자.”
이윽고 그는 란지에를 불러 깨웠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집이 있는 루시안과는 달리, 란지에의 집은 상당히 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시민의 집에는 침대가 두 개 밖에 없는데, 소파에서 잤다간 등이 배길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조슈아는 어찌 하냐고 묻는 이가 있을 텐데, 막시민은 조슈아를 바닥에서 재워도 상관없다는 철칙을 가진 사람이었다.
“으응…? 알았어.”
란지에는 비척비척 일어나다 다리가 꼬여 넘어질 뻔했다. 보리스는 그런 란지에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반대편 어깨를 붙잡아 부축했다. 보리스는 막시민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한참을 걸어가 란지에의 집 앞에 도착했다. 란지에는 루시안과는 다르게 술주정을 부리진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색색 숨만 내쉬고 있어 자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조심해서 들어가, 란지에.”
보리스는 란지에를 문 앞까지만 배웅해주었다. 그러나 란지에는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 보리스를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에 비추어진 란지에의 볼을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너도 들어와.”
“… 어?”
보리스가 되물었다. 들어오라니?
“무슨 소리야, 어서 들어가. 나도 집에 가볼게.”
“그러지 말고, 들어와.”
술에 취한 사람치곤 단호한 어조였기에 보리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란지에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란지에가 잠에 드는 것까지만 보고 나올 생각이었다.
란지에는 냉장고 문을 열며 물었다.
“맥주 먹을래?”
“란지에, 너 지금 많이 취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엄청 아플 거야.”
“괜찮아.”
란지에는 보리스의 걱정을 말리고 기어이 맥주 두 캔을 꺼내왔다. 해바라기 씨도 함께였다. 보리스는 란지에가 가져온 해바라기 씨를 가만히 내려 보다가 한 알을 집어 냠, 하고 먹었다. 란지에는 그런 보리스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맥주 캔을 땄다.
보리스도 맥주 캔을 하나 집어 따서 먹었다. 뭐, 자신은 그리 취하지 않았으니 다음 날의 숙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해바라기 씨를 안주 삼아 맥주를 한 캔 다 비웠을 때, 란지에가 돌연 말했다.
“여기서 자고 갈래?”
“… 어? 아니, 괜찮아. 두 명이서 자기엔 침대가 많이 좁잖아.”
“내가 바닥에서 자면 돼.”
“괜찮아, 난 집에 들어갈 수 있어.”
보리스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그러자 란지에는 자신의 얼굴을 보리스에게 들이밀었다. 란지에는 알코올에, 그리고 열기에 취한 상태였다. 뜨거운 숨결이 보리스의 코에 다다랐다.
“라, 란지에? 너 많이 취했는데….”
“누워.”
란지에는 보리스의 가슴팍을 쳐 밀어 넘어뜨렸다. 보리스는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밀려 넘어졌다. 넘어진 곳은 푹신한 침대 위였다. 란지에가 보리스 위를 깔고 앉아 있는 꼴이 되었다.
“란지에? 이런 식으로 자기엔 자세가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
“란지에?”
란지에는 오랫동안 보리스의 눈을 응시하더니 허리를 숙였다.
“…!”
그것은 키스였다. 맥주의 향기가 퍼지는 알싸한 입맞춤이었다. 란지에의 혀가 얽혀들고, 입 안을 부드럽게 훑어 내렸다. 그가 리드하는 키스였다. 보리스는 차마 란지에를 밀어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처음 겪어보는 키스였기에. 생소한 기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힐 때쯤, 란지에는 키스를 마쳤다. 보리스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란지에를 당혹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란지에는 싱긋 웃었다. 그의 웃음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곱게 접힌 눈매가 그리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든 보리스는 자신에게 놀랐다.
자신도, 술에 취했구나.
“보리스, 오늘은….”
란지에는 보리스의 단추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 내렸다. 보리스는 어떠한 거부도 하지 않은 채, 란지에의 행동 하나하나의 곤두서는 자신의 촉각을 의아하게 여겼다. 란지에의 손길이 닿는 부분마다 솜털이 오소소 섰다.
“… 잠들지 말자….”
열기에 취한 둘은 하나로 섞여 들어갔다.
햇살이 눈을 찔러왔다. 눈을 살며시 뜬 보리스는 문득 허리가 쑤셔온다는 것을 느꼈다. 어제 그렇게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았는데 왜 허리가 아플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던 보리스는 문득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란지에를 보았다.
“란… 지에?”
지금 보니 자신의 목도 쉬어 있었다.
무릎 꿇은 자세를 한 란지에는 입을 우물쭈물거리며 아무 말 못하다가 돌연 외쳤다.
“미안해!”
“… 미안하다니?”
“그러니까… 어젯밤에….”
“어젯밤에 뭐…. 아.”
보리스는 그제야 상기했다. 붉게 이지러지던 배경, 살결에 닿아오는 뜨거운 숨결, 하늘을 치솟을 기분 좋은 쾌감….
어젯밤 일을 떠올리자 보리스의 볼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니, 그게. 저, 저, 그러니까….”
보리스가 뻣뻣하게 굳은 채 말을 잇지 못하자 란지에는 더더욱 고개를 움츠려들며 사과를 연신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너네 싸웠냐?”
촉이 예민한 막시민이 보리스와 란지에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막시민은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눈치 챈 참이었다.
“…….”
“…….”
문제는 둘 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해명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숯가마, 어제 퍼런 토끼 데려다줄 때 싸웠냐? 말해 봐, 이 형님이 고민 해결해주마.”
“…….”
그러나 보리스는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색한 것을 덩달아 감지한 조슈아는 오늘은 피곤하니까 그만 헤어지자며 모임을 해산시켰다.
보리스와 란지에는 서로를 일부러 피해 다녔다. 피해 다니는 일이 일주일 째 지속되자 조슈아는 앞장서서 어색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애썼다. 조슈아는 먼저 보리스한테 가 서로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글쎄…. 란지에가 나랑 대화하려고 할까.”
“먼저 다가가면 란지에도 피하지 않을 거야. 언제까지 냉전을 유지할 순 없잖아? 섭섭한 거 다 풀어보라고. 자세한 사정은 묻지 않을게.”
조슈아는 그리 말하며 보리스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보리스는 조슈아의 말을 잠시 곱씹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만나서 대화를 해보겠다는 결심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란지에는 계속해서 보리스를 피해 다녔다. 미안함 때문이었다. 모든 일의 원흉은 술에 취해 이성을 유지하지 못한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 란지에였다.
그 상태로 일주일이 또 지났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보리스가 란지에를 열심히 쫓아다닌다는 점이었다. 보다못한 조슈아가 자리를 주선했다. 보리스와 란지에에게 한 카페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물론 그곳에 조슈아 자신은 가지 않을 것이다.
조슈아의 계획대로 보리스와 란지에는 한 자리에 모였다. 대충 모였겠지 싶은 조슈아는 자신이 급하게 일이 생겨 가지 못할 것이라 전했다. 란지에도 그럼 다음에 보자, 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잠깐만.”
보리스가 란지에의 손목을 붙잡으며 그를 멈춰 세웠다.
“우리, 대화를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러자 란지에의 표정을 딱딱하게 굳었다. 보리스는 란지에를 앉힌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언제까지고 이런 관계로 있을 순 없는 일이잖아?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서.”
“… 그 일은 내가 정말 미안했….”
“아니야, 그러니까. 난 싫지 않았어, 싫었다면 널 밀어냈겠지!”
“… 뭐?”
본의 아니게 본심이 튀어나왔다. 보리스는 실수를 깨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후, 란지에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카페에 울려 퍼졌다.
“란… 지에?”
“아, 아니야. 그럼 보리스. 그때가 좋았던 거야?”
“어, 어? 그게 그러니까. 그….”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거리는 모습이 퍽 귀여워보였다. 란지에는 진지한 표정을 세우곤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 보리스.”
그 한 마디는 한 남자의 심장을 녹여버릴 수 있을 만큼 달달한 것이었다.
며칠 뒷면, 보리스 진네만의 생일이었다. 란지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선물로 무엇을 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고민해오던 거지만, 아무래도 이게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무슨 대화냐면.
‘보리스, 수화하면 옷은 어디로 가? 수화할 때 옷은 보이지 않던데.’
‘음…. 그러니까… 에….’
보리스는 한참동안 망설이더니 눈을 질끈 감고 답했다.
‘사라져.’
‘사라진다고? 그럼 다시 인화할 땐 옷이 없는 거야?’
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란지에는 이해했다는 듯이 주억거리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끝내 보이지 않던 자신의 검은색 옷의 행방이었다.
‘그럼 혹시…. 나랑 처음 수화한 모습으로 만났을 때, 그때도 알몸이었어?’
‘…….’
보리스는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란지에는 그제야 자신의 검은 옷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다.
그 뒤로 란지에는 햄스터용 옷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듣도보도 못한 햄스터 옷이었지만 그래도 란지에 자신이 바느질로 열심히 만들 계획이었다.
[오늘 일이 조금 늦게 끝나서, 금방 갈게.]
보리스가 남긴 문자였다. 란지에는 그 문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보리스를 제외한 도토리들은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 중이었다. 7월 11일 밤부터. 자정이 되면 축하 파티를 열 것이다. 보리스는 전날부터 이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완벽한 서프라이즈가 되는 거지.
“야, 토끼. 숯가마는 언제 온다냐?”
“조금 늦었는데, 금방 온대.”
“거의 다 끝났어! 이제 이 풍선만 천장에 달고 불 끄고 기다리면 돼!”
루시안이 가장 들떠있었다. 조슈아가 천장에 마지막 풍선을 달고 거실의 조명을 껐다. 컴컴해진 가운데 모두들 제 위치로 숨었다. 이제 보리스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A.M. 12 : 16
“보리스가 왜 이렇게 늦지?”
루시안은 쥐가 날 것 같은 다리를 풀며 중얼거렸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다. 쭈그려 숨은 지 20분이 다 되어갔다. 란지에는 보리스가 보낸 금방 간다던 문자를 응시하다가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 됩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여성의 기계적인 말투였다. 란지에는 전화를 끊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결정했다.
A.M. 12 : 31
“어우, 내 다리. 숯가마 자식 왜 이렇게 안 와?”
뚜르르-
그 때, 란지에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보리스였다. 란지에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 건너로 들려온 목소리는 익숙한 중저음이 아닌, 다른 목소리였다.
“혹시 보리스 진네만 씨의 보호자 분 되십니까?”
“… 네?”
란지에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자 다른 사람들도 뭔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보리스 진네만 씨의 보호자 분 아니세요?”
“아…. 보호자 맞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진네만 씨가 0시 13분 경에 뺑소니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상태가 매우 위독한지라….”
툭, 하고. 핸드폰이 떨어진 것도 같다.
성명 : 보리스 진네만
사망일시 : 20XX년 7월 12일 1시 15분
란지에는 망연히 서서 사망신고서를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사람이, 자신이 태어난 날에 죽다니.
그것도 허무하게, 단순히 뺑소니로.
너무 울어서 눈물도 이젠 나지 않았다.
더 어이 없는 것은 가해자 측에선 자신이 뺑소니를 한 게 아니란다. 음주 운전을 한 건 맞지만, 보리스가 차에 치이고 나서 몸의 충격 때문에 수화를 해버렸기에 작은 햄스터가 된 보리스를 보지 못하고 누굴 친 건 그저 착각이구나 하며 그냥 간 거랜다. 심지어 경찰은 심신미약으로 가해자에게 벌금 몇 푼만 받아냈을 뿐이었다.
보리스, 이토록 세상이 수인에게 각박한데, 너는 어째서 수인으로 태어날 운명을 받은 걸까.
사랑은 맥없이 져버렸다. 오래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서 피어올랐을 고백이, 이젠 대상이 져버려다.
‘---, 보리스.’
‘좋아해, 보리스.’
처음으로 사랑을 위해 고민하고 어색한 사이를 두다가 깨달아버린 자신의 감정을 통해 전달한 고백.
보리스는 자신의 단조로운 고백을 기쁘게 받아주었다.
그 뒤로 데이트도 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 속에 노니며, 행복하게 지내왔는데. 이젠….
덧없이 져버린 사랑.
꽃다운 나이에 떠나버린 나의 연인.
자신은 계속해서 그를 잊지 않고 져버린 사랑을 다시 살리려 노력하겠지만, 한 가지는 불변의 사실이 되어 버렸다.
보리스 진네만.
그는 죽었는가?
네.